본문 바로가기
사파엘아의 현실로그

병동에서 벌어지는 일들, 간호사의 하루를 낱낱이 공개합니다.

by 사파엘아 2025. 4. 13.

병동에서 벌어지는 일들, 간호사의 하루를 낱낱이 공개합니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되는 전쟁… 침상 위에서, 복도 끝에서, 간호사들의 숨 가쁜 하루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2년 차 병동 간호사입니다. 첫 부서를 중환자실에서 시작해, 심장중환자실(CICU), 호흡기 준중환자 병동을 거쳐 지금은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병동은요, 딱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예측 불가의 연속’이에요. 환자는 물론 보호자, 의사, 간병인, 간호사까지… 수십 명의 이해관계가 매일 뒤엉키는 곳이죠. 이번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겪고 있는 병동의 하루를, 가감 없이 보여드리려고 해요. 혹시 간호사를 꿈꾸는 분이라면, 혹은 간호사 친구를 둔 분이라면, 이 글을 통해 진짜 '병동의 속사정'을 알게 되실 거예요.

병동 속 간호사의 하루

07:00, 인계와 함께 시작되는 전쟁

간호사의 하루는 해뜨기 전부터 시작돼요. 오전 7시, 나이트 근무자에게 인계를 받으며 하루가 열리죠. 이 순간, 머릿속에는 오늘 해야 할 일들이 이미 촘촘히 펼쳐져요.
수술 전 준비, 채혈, V/S check(활력징후), 오전 회진, 입원, 퇴원, 퇴원서류, 보험심사, 투약 확인, 보호자 응대까지…
‘ 제발 오늘은 별일 없이, 칼퇴할 수 있기를 ’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마음을 다잡습니다.

무엇보다 인계는 하루의 중심이에요. 말 한마디, 기록 하나가 환자의 상태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시간, 귀는 쫑긋 세우고 메모는 빠짐없이. ‘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는 무엇인가’를 되짚으며, 간호사의 하루는 전투 준비처럼 시작됩니다.

 

인계는 꼼꼼히, 메모는 필수.
이때부터 이미 머릿속은 전투 모드로 전환되죠.
일명 ‘오프닝 스타트’라 불리는 이 시간은, 하루 전체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순간입니다.

오전은 진짜 미친 듯이 바쁘다

08:00부터는 멘탈 풀가동. 수술 전 준비, 채혈, 회진 대응, 검사 이동, 약물 투약, 입원, 퇴원, V/S check(활력징후) 등... 5분 단위로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중간에 보호자 한 명만 질문을 길게 하면 그 뒤가 전부 꼬이기 시작하죠. 화장실도 못 가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잊게 되는 시간입니다.

시간 주요 업무
07:00 ~ 08:00 인계 및 환자 상태 확인, 투약 준비
08:00 ~ 09:00 주치의 회진 대응, 루틴 투약, 수술 전 투약 및 동의서 확인
09:00 ~ 10:00 검사 이동 지원, 추가 처방 및 처치 수행, 보호자 응대
10:00 ~ 12:00 퇴원 수속 준비, 입원 환자 수용, 서류 정리 및 기록 작성

긴급한 병동 상황에서 응급처치를 수행하는 간호사

갑작스러운 상황, 긴장의 연속

정말 평온했던 날도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상황으로 아수라장이 되죠. 갑자기 쓰러진 환자, 호흡곤란, 혈압 급강하, 보호자 항의, 응급 입원 환자 등... 그 순간 간호사의 두뇌는 자동 모드로 전환돼요. 1초도 안 되는 판단이 생명을 좌우하기도 하니까요.

  • 갑자기 혈압이 60대로 떨어지는 환자 대응
  • 산소포화도 떨어지는 호흡기 환자 응급처치
  • 보호자의 예고 없는 폭언 및 항의

오후는 숨 돌릴 틈도 없이 계속된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을까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사실, 점심을 못 먹는 날도 많아요. 오전에 밀린 처치, 검사이동이 그대로 오후까지 이어지기 일쑤거든요. 여기에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퇴원 지시까지 더해지면, 다시 한바탕 시작이죠. 약 준비, 서류 정리, 보호자 응대까지 퇴원 절차를 정리하는 데에도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중환자실에서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병실로 전실되는 환자를 받을 땐, 침상과 장비 세팅부터 환자 상태 평가까지 시간과 집중이 요구돼요. 동시에 응급실이나 외래에서 입원해 오는 환자들도 이어서 들어오죠. 병상은 늘 부족하고, 일하는 간호사도 부족하고, 이 와중에도 콜벨은 계속 울리고요. 어수선하고 정신없는 상황은 매일 반복돼요.

해가 저물어갈 무렵, 이제는 다음 근무자에게 인계할 준비를 해야 해요. 환자의 V/S check(활력징후) , I/O check(섭취량/배출량), 특이사항 정리, 간호기록 보완까지 마무리하기엔 여전히 일은 빽빽하죠. 간호사의 오후는요, 여전히 풀타임 전력질주입니다.

시간대 업무 내용
12:00 ~ 13:30 오전 업무 연장, 처치/검사/루틴업무 마무리, 점심 식사 미루는 경우 다수
13:30 ~ 15:00 추가퇴원환자 처리, 중환자실 이실환자 수용, 신규 입원환자 대응, 마무리정리, 인계준비
15:00 ~ 16:00 오버타임: 남은 처치, 간호수가 입력, 간호기록 정리 및 마감

해가 지면 병동은 조용해질까?

NO!NO!, 해가 진다고 일이 끝나지 않아요. 오히려 야간 근무자에게 인계할 준비로 더 분주해지죠. 저녁 투약,  V/S check(활력징후), 특이사항 정리, 익일 처방확인, 익일퇴원서류확인, 익일 수술환자주의 설명 등... 손에 땀이 날 정도예요.

무엇보다 이 시간대에는 밤에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게 중요해요. 불안정한 환자, 예민하고 irritable 한 환자,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호흡곤란이나 불면을 호소할 수 있는 환자들을 예상하고, PRN 처방을 주치의에게 미리 요청해 두는 것도 간호사의 중요한 역할이에요. Dyspnea 시 산소요법 외에도 진정제 또는 기관지확장제 PRN, 통증 환자용 진통제 PRN, 불면증 환자에 대한 수면제 PRN 등, 상황별 대처를 위한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죠.

이 모든 준비가 마무리되어야 비로소 "이제 인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와요. 간호사는 퇴근 전까지도 끊임없이 대비하고 움직입니다. 야간 시간은 조용한 만큼,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까요.

이 모든 걸 버티게 해주는 것들

이렇게 하루가 정신없이 흘러가는데도, 어떻게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건 뭘까요? 어떻게 다시 출근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우리만의 ‘버팀목’이 있기 때문이에요. 아주 작고 소소한 순간들이 때론 큰 에너지로 돌아오기도 하거든요.  

환자의 한 마디, “간호사님 덕분이에요.” 그 짧은 말이 하루치 피로를 녹이기도 하고, 내가 일이 몰려 있을 때 아무 말 없이 “이 환자 내가 받을게” 해주는 동료의 배려는 진짜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하죠. 간호사로 살아가는 원동력은, 결국 사람입니다.

  • 환자의 “정말 감사했어요”라는 진심 어린 한마디
  • 힘들어 보일 때 아무 말 없이 건네주는 동료의 커피 한 잔
  • 내가 놓친 기록을 말없이 챙겨준 선생님의 손길
  • 환자가 내 이름을 기억해 주며 웃어줄 때
  • 끝났다는 해방감과 퇴근길 
  • “나도 힘들었는데 잘했어”라는 나 자신에게 보내는 말
  • 내일 쉬는 날이라는 달콤한 사실

긴 하루를 마친 간호사가 휴식을 취하는 장면

 

Q 병동 간호사의 하루는 어떤 순서로 돌아가나요?

보통 07시 인계로 시작해서 오전 투약과 수술, 회진, 검사, 퇴원, 입원, 기록, 마무리, 인계까지 쉴 틈 없이 돌아갑니다. 

Q 가장 힘든 시간대는 언제인가요?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가 가장 바빠요. 수술, 회진, 검사, 보호자 문의까지 겹치면 숨 쉴 틈도 없어요.

Q 응급상황이 자주 생기나요?

예고 없이 오기 때문에 자주 느껴집니다. 특히 호흡기 환자나 갑자기 의식 저하가 오는 경우엔 바로 긴급 대응이 필요해요.

Q 병동에서 가장 스트레스 받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보호자의 무리한 요구나 환자의 위급 상황이 겹칠 때요. 한 명만 책임지는 게 아니니까 우선순위 판단이 정말 어렵죠.

Q 병동 간호사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중증 환자가 회복해 퇴원하는 순간이나, 내가 돌본 환자가 이름을 기억해 주며 인사할 때 진심으로 뿌듯해요.

Q 신규 간호사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용기’, 그게 진짜 중요해요. 그리고 실수해도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누구나 처음은 그래요.

 

병동 간호사의 하루는 정말 '생존의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도, 우리는 한 사람의 회복을 돕고, 위기 순간을 넘기며, 말없이 서로를 도우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간호사가 단지 주사 놓고 약 주는 직업이 아니란 걸, 오늘 이 글을 통해 조금은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리 간호사들, 오늘도 진짜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길 바라요. 다음 근무 때 다시 웃을 수 있도록, 오늘은 조금 더 쉬어도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