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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엘아의 현실로그

퇴사 고민하는 간호사들, 이 현실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by 사파엘아 2025. 4. 14.

퇴사 고민하는 간호사들, 이 현실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이 일 정말 계속할 수 있을까?”
수많은 간호사들이 오늘도 이 질문 앞에 멈춰 섭니다. 그 고민, 혼자만 하는 거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저는 12년 차 간호사입니다. 처음엔 ‘3년만 해보자’고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10년을 훌쩍 넘었네요. 중환자실, CICU, 호흡기 준중환자실을 거쳐, 지금은 다양한 파트를 경험할 수 있는 병동에서 일하고 있어요.

솔직히 말하면, 퇴사를 고민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매일이 전쟁 같고, 감정은 소진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일을 계속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죠.‘그만두자’는 말을 입에 올렸다가, 다시 삼키며 버틴 날들도 많았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지금,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간호사분들, 그리고 비슷한 감정 속에서 흔들리는 분들께 전하고 싶어요. 그 고민은 혼자만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감정이에요.

지친 하루 끝에 고민 하는 간호사

 

“그만둘까…” 이 말이 입에 맴도는 날들

특별히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그저 또 하루, 똑같이 바쁘고 정신없는 근무였죠. 새벽부터 시작된 처치들, 끊이지 않는 호출, 끝없이 쌓이는 책임들. 그런 하루가 계속되다 보면, 어느 순간 조용히 ‘그만둘까…’라는 말이 입에 맴돌기 시작해요.

그날도 그랬어요. 분명히 내 책임이 아닌 일이었어요. 그런데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선, 그냥 내가 사과해야 한다고 했어요. “지금은 네가 사과하고 넘어가는 게 맞아.” 그 말 한마디에, 나의 자존심은 산산조각이 났어요.

나를 지키고 싶었던 마음, 환자를 돌보는 내 일에 대한 자부심, 그 모든 것이 그 순간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어요.

나는 단순히 ‘서비스직’이 아니에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이 일을 하다 보면, 마치 “간호사는 을의 입장이어야 한다”는 보이지 않는 룰이 있다는 걸 느끼게 돼요. “환자가 왕이다.” “보호자가 원하는 대로 해드려야 한다.” “그냥 웃고 넘어가. 참아.” 여긴 병원이고, 난 간호사인데 말이죠. 그런데 손님처럼 대접받기를 원하는 보호자들 앞에서 내가 의료인이 아니라, 호텔리어가 된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정말…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나.” 그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 박혀요.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비슷한 순간을 겪은 적이 있을 거예요.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그저 사과로 마무리하라는 요구. 그 속에서 흔들리는 자존감과, 무너지는 마음. 그런 날엔 너무 힘들지만, 그래도 말해주고 싶어요.

“그 순간에도 당신은 잘 버티고 있는 거예요.” “당신의 전문성과 마음은, 사과 한마디로 덜어지는 게 아니에요.” 오늘도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낸 나 자신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줘요.

진짜 힘든 건 '일'이 아니라 '사람'

사실 간호 일 자체는 버틸 수 있어요. 힘들지만, 그건 육체적인 고됨이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도 하거든요. 밤샘 근무, 반복되는 처치, 무거운 책임감… 그 모든 건 이 일을 선택할 때부터 각오했던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정작 나를 지치게 만드는 건 대부분 ‘사람’이에요.

  • 보호자의 분노
  • 환자의 불신
  • 의사의 무관심
  • 동료의 차가운 말투까지.

그 모든 감정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면, 어느새 ‘퇴사’라는 단어가 점점 진지하게 느껴지기 시작해요. 간호 업무는 프로토콜이 있어요. 하지만 사람과 부딪히는 감정에는 매뉴얼이 없죠. 진심으로 잘해보려고 했던 내 마음은, 때로는 그 누구에게도 닿지 않은 채 조용히 뭉개질 때가 많아요. 상황을 설명하려는 내 말은 끊기고, 누군가의 분노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무례한 말 한마디에 하루가 무너지고, 억지로 삼킨 감정은 퇴근길에야 겨우 터져 나올 때도 있어요. “그 정도는 참아야지.” “그 말에 너무 상처받을 필요 없어.” 이런 말들이, 이상하게도 가장 아프게 들릴 때가 있어요. 일은 익숙해지는데,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익숙해지지 않아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감정노동의 무게는 아무리 숙련돼도, 몇 년 차여도 결코 가벼워지지 않아요. 일이 힘든 건 괜찮은데, 사람 때문에 무너지는 날은 참 견디기 어렵더라고요.

감정을 잃어간다는 것

한때는 환자의 눈물에 같이 울었고, 진심 어린 감사 인사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았어요. “선생님 덕분이에요.” 그 짧은 말 하나면, 온종일 힘들었던 감정이 사르르 녹아내렸죠. 그런데 요즘은, 그 말도, 그 눈물도 예전처럼 가슴에 와닿지 않아요.

처음엔 내가 지쳤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문득, “감정이 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게 무서웠어요.

피로는 점점 몸을 잠식하고, 감정은 말라가듯 사라져요. 하루하루 버텨내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무언가를 느끼는 게 점점 사치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어요.

예전엔 환자의 표정을 살폈고, 보호자의 말투에 마음이 움직였고, 동료의 한마디에 울컥했던 나였는데, 지금은… 그냥 흘려보내게 돼요.

‘내가 이렇게까지 무뎌져도 괜찮은 걸까?’ ‘이러다 정말 감정이 사라지는 거 아닐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변한 게 아니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 같아서 그런 거였어요. 매일 반복되는 책임과 불안, 누군가를 잃는 순간들의 충격,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정을 덜어낸 거였죠.

그래서 이제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 나”를 비난하기보다, 그렇게라도 나 자신을 지켜내려 했던 나를 조금은 이해해 주기로 했어요. 그건 나약해서도, 냉정해서도 아니에요. 그저 매일같이 반복되는 책임과 불안 속에서, 누군가를 잃는 순간들을 견디며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최선의 방식이었으니까요.

서로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화 나누는 두 간호사

퇴사와 이직 사이에서 흔들릴 때

“퇴사”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하고, “이직”이라고 말하면 방향을 정한 듯해요. 하지만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 고민하며 흔들리는 순간들, 퇴근길 버스 창가에 기대어 ‘다음엔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해 본 적 한 번쯤은 있으시죠?

저도 그랬어요. 병원을 나가야 할까, 다른 부서로 옮겨야 할까, 아니면 아예 비임상 직무를 알아볼까. 간호사가 되기 위해 수년간 공부하고, 실습하고, 자격을 따낸 우리가 이렇게 쉽게 흔들려도 되나 싶다가도 지금까지 충분히 애썼으니까, 이제는 나를 위한 선택을 해도 괜찮지 않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아야 할까, 떠나야 할까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어요. 단지 ‘내 마음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가’ 혹은 ‘아직 한 번 더 해볼 여지가 있는가’ 그 차이뿐이에요. 퇴사도 용기고, 남는 것도 용기예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선택이 ‘나를 위한 선택’이었느냐는 거예요.

남기로 한 이유 떠나기로 한 이유
환자에게 느끼는 보람 감정적으로 지쳐 일상이 괴로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믿음 내 삶을 돌보지 못하는 현실
동료들과의 유대감 더 이상 내 자리가 아니라고 느껴질 때

남아 있는 당신에게, 그리고 떠난 당신에게

어떤 선택이든 괜찮아요. 단, 그 선택이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다면. 이 말들을 마음에 담아보세요.

  • ✨ 퇴사가 패배는 아니야, 회복이야.
  • ✨ 떠난 사람을 부러워하지 말고, 남은 나를 다독여줘.
  • ✨ 내 삶은 누군가가 대신 살아줄 수 없어.
  • ✨ 나는 충분히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어.

갈림길 앞에 선 간호사

 

Q 간호사 퇴사 고민, 흔한가요?

정말 많아요. 간호사 10명 중 9명은 퇴사를 고민해 본 적이 있을 만큼, 감정적으로 소진되기 쉬운 직업군입니다.

Q 퇴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뭔가요?

업무 강도도 있지만, 보호자 응대나 동료 간 갈등 등 감정노동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혀요.

Q 퇴사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병원 내 로테이션, 타 병원 이직, 비임상 업무 전환 등 경로는 다양합니다. 완전히 떠나기 전 '환경 변화'도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어요.

Q 정말 퇴사해도 괜찮을까요?

네, 괜찮습니다. 퇴사는 회피가 아니라 자기 회복일 수 있어요. 떠나는 것도 용기입니다.

Q 퇴사한 간호사들, 그 후 삶은 어떤가요?

다양하지만, 대다수는 “늦기 전에 나와서 다행”이라는 말을 해요. 간호 경력은 어떤 곳에서도 자산이 됩니다.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버텼다는 증거예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애썼고, 이제는 자신을 위한 결정을 내릴 자격이 있어요. 떠나기로 해도, 남기로 해도, 당신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나를 위해, 나답게 사는 것. 그게 간호사로서뿐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일 아닐까요?